이미 죽은지는 한참 된 나무 하나..
잔가지는 벌써 다 떨어지고 큰 기둥 하나만 남아 있는데 여기에 딱다구리가 벌레잡는다고 쪼아 놓은 자국이 무스히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딱따구리 흔적을 본다고 들여다보는데 도토리 하나가 꼿혀 있네요.
"어머.. 도토리가.. ^^"
아마도 지난 가을 도토리가 떨어질때즈음 어치가 주워다 꼿아 놓은게 아닌가 생각듭니다. 추운 겨울 먹을거 없을때 먹으려고요. 숲 여기 저기 저렇게 숨겨 놓은 도토리가 제법 많을 텐데 그 중에 하나겠지요.
그렇게 겨울동안 먹을 양식으로 숨겨 놓긴 했는데 미처 찾아 먹지 못했나봅니다. 겨울동안 충분히 먹을만큼 숨겨 놔서 이거 하나 정도는 안먹어도 별 문제 없어서 안 찾았을수도 있고 어쩌면 잊어버려서 못 먹었을수도 있고... 숲에 사는 동물들한테 겨울동안 '충분히 먹을만큼' 이라는 것은 쉽지 않기에 아마도 이 곳에 숨겨 놓은것을 잊어버려서 못 먹은게 아닐까 생각듭니다. ^^
저렇게 있으면 싹이 트지도 못할테니 도토리한테 먹히지 않았다고 좋아할것도 없을듯 합니다. 언제까지 나무에 꼿힌채로 있을지 궁금하네요. 다음에 가면 한번 살펴봐야 되겠습니다.
[일주일 후 추가 (2017. 3. 11)]
위 사진 속 도토리는 어치가 지난 가을 꼿아 둔 도토리로 가을이 지나 겨울을 넘겨 봄을 맞이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도토리가 지난 가을 꼿아 놓은게 맞나 의심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왜냐하면, 도토리 확인 후 1주일 후인 3월 11일 갔더니 도토리가 사라진거다. 이건 뭐지..
설마 그 몇 달 동안 꼿혀 있던게 우연의 일치로 내가 본 이후 어치가 먹었다? 뭐 그럴수도 있긴 하겠지만 어째서 확인한지 1주일 사이에 사라진걸까.. 뭐지 뭐지.... 거참 신기하고 수상하네.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몇가지의 가설을 세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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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 겨울동안 안먹은 것을 우연찮게 내가 본 이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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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도토리가 있던 위치 주변으로 딱다구리가 쪼은 자국들이 많다. 딱다구리가 최근에 나무를 쪼다 떨어트렸다. 우연히 내가 본 이후에 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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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치가 가을에 꼿아 놓은게 아니고 최근 누군가(숲 속 동물) 잠시 꼿아놓은걸 내가 봤고 이후 가져갔다. 우연히 그 꼿혀 있는 시간에 절묘하게 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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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아닌 전혀 다른 사연이 있는 도토리였다.
뭐지..대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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