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청계산 숲길을 걸어가는데 숲길가에 구덩이들이 여러개 파여져 있고 그 중 일부에는 누구똥인지 모를 똥들이 있어서 궁금했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구덩이를 파고 똥을 쌌을까 궁금했지만 어찌 어찌하다보니 그냥 모른채 지나갔습니다.
[↑2015. 7 청계산]
그러다 한 해가 지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를 지나가다 작년과 같이 구덩이가 파여져 있고 그 안에 작년과 같은 똥이 들어 이네요. 순간 내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설마 멧돼지?' 멧돼지가 뭐라도 파 먹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거기다 똥을 눴나? 주변을 슥~ 흟어보고 뒤돌아 나오고 말았습니다.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라서요.
[↑2016. 7 청계산]
그런데 왠지 멧돼지는 아닌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똥'으로 검색해봐도 비슷한 사진은 안보이고 그러다 어느날 야생동물 전문가를 만날 일이 있어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바로 답이 나오네요.
범인은 바로 '오소리'였습니다.
일단 누구똥인지 확인되서 너무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습니다. 왜 이렇게 구덩에에다 똥을 싸는거지? 그리고 이런 똥은 1년 내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해진 시기에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쩜 내가 본게 우연히 2년 연속 7월에 봐서 다른때도 보였는데 이때만 보인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여튼 내가 매번 목격한 것은 7월이였습니다.
이런 똥굴이 특정 시기에만 보이는지는 잘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 살펴보면 알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오소리가 산길가에 구뎅이를 파고 그 안에 똥을 싸는 이유는 자기 구역이라는 표시임과 동시에 똥에 몰려드는 벌레를 잡아먹는 용도라고 합네요. 와~ 놀라움. 먹이를 잡기 위해서 나름 뭔가를 이용하다니 신기했습니다. 이런줄 알았으면 그 똥에 어떤 벌레들이 몰려드는지 좀 자세히 살펴볼걸 그랬습니다. 괜히 멧돼지가 주변에 있을까봐 겁먹고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는데 다음에 다시 보면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되겠습니다. 이왕이면 직접 오소리도 볼 수 있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
[↑2016. 8 청계산] - 똥굴 속 똥.
[↑2016. 8 청계산]
[↑2016. 8 청계산] - 이렇게 산길 주변에 똥굴들이 여기 저기 파헤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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