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나무안에서 하나의 우주를 만났다.
20여분의 시간동안 새로운 시작과 마지막 생의 마감까지를 보여준 산초나무 속 세상.
짧은 시간이였지만 이게 하나의 우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무 데크로 되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가다 길가 옆 산초나무 꽃에서 호랑나비 한 마리가 빠른 날개짓을 하는 모습을 봤다.
꿀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알을 낳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잠깐 지켜봤다.
날개를 덥고 있어서 알을 낳고 있는 것인지, 꿀을 먹고 있는 것인지 확인은 안되었지만 아마 둘 다 일수도 있겠다 생각 들었다.
잠시 지켜볼까?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유난히 갉아 먹은 잎들이 많아 보여서 어쩌면 호랑나비 애벌레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찬찬히 살펴보니 역시 3마리의 새똥 같은 애벌레가 나뭇잎에 붙어 있는 것을 자을 수 있었다.
위에 사진에서도 찍을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애벌레 한 마리가 같이 찍혔다.
호랑나비 애벌레다.
아마 3령이나 4령쯤 된 것 같다.
이렇게 생긴 애벌레가 3마리 정도 있었다.
혹시나 초록빛 띄는 5령 애벌레도 있지 않을까 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5령은 찾지 못했다.
아마 비슷한 시기의 낳은 알들이 비슷한게 부화해서 커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알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나비의 옆쪽에서 봤는데 사진 찍는 당시엔 빨대 입이 꽃에 가 있는 것으로 봐서 꽃 꿀을 먹는 모습으로 확인되었다.
아마 이렇게 꿀 먹다가 때 되면 다시 여기에 알을 낳기도 하겠지.
그런데 그렇게 호랑나비와 애벌레까지 찾아 보다보니 나름 산초나무 안에 재미 있는 것들이 보였다.
주변에 열심히 소리내고 있는 매미와, 거미줄 치고 누군가 걸리길 기다리는 무당거미와 꽃 속에서 열심히 먹이감을 노리는 사마귀까지, …
호랑거미가 있는 근처에 거미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호랑거미
자세히 보면 거미줄에 탈피한 거미껍질도 걸려 있다.
보면서 혹시 나비가 꽃 찾아 여기 저기 날아다니다 거미줄에 걸리지 않을까 조금 불안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는 시간동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한쪽엔 사마귀도 있었다.
잠깐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 사마귀가 진짜 무서운 녀석이였다
꽃 옆에 가만히 있다가 근처에 오는 먹이를 순싯간에 낚아채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그런데 그 주변을 호랑나비가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혹시 저 꽃 위에 호랑나비가 오는 순간 낚아채는거 아닐까 하며 지켜 봤는데
한번 그럴 기미가 잠깐 있었지만 잠깐 앉았다 바로 날아가서 위기는 모면했는데 호랑나비가 꽃에 날아오는 순간 사마귀의 반응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가만히 있던 사마귀가 호랑나비가 꽃으로 오자 바로 호랑나비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순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는 설마??? 했는데 다행히(?) 나비는 사마귀를 보고 날아간것인지 그냥 날아간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꽃으로 날아갔다.
와! 이 순간 진짜 보는 우리는 긴장했다.
그런데, 그 다음 이 꽃에 날아오는 벌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호랑나비가 날아간고 난 후 꿀벌이 산초나무 꽃을 찾았다.
그리고 열심히 꽃위를 다니는데 사마귀가 꿀벌에게 향했다.
설마 꿀벌이 사마귀한테 잡히는 건가? 하고 지켜보는데 앞다리로 꿀벌을 낚아채는 사마귀!
와!! 순싯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렇게 쉽게 집히는건가 싶을만큼 꿀벌은 너무 쉽게 사마귀한테 잡혔다.
꿀벌을 잡은 사마귀는 앞 다리로 꿀벌을 움켜쥐고 바로 식사에 들어갔다.
보는 우리는 신기해하면서 봤지만 자연 생태계는 참 무섭다
꿀벌을 먹고 있는 위로 다른 꿀벌이 날아온다.
아마 앞서 꿀벌이 잡히지 않았다면 새로운 꿀벌이 먹이 사냥 대상이 되었겠지.
꿀벌을 먹고 있는 사마귀를 보며 가던 길을 가던 중 나무 데크 윗쪽에서 좀 더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먹이 사냥을 하던 사마귀는 아직 성충도 아닌 약충이였다.
어린 사마귀임에도 먹이 사냥을 저렇게 잘하는데 다 큰 성충들은 얼마나 더 잘 할까..
한 20여분 되는 시간 동안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연 생태계를 봤다.
산초나무 안에서 이루워지는 하나의 조그만 우주였다.
2023. 8. 9. 관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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