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어머니 뵈러 제주에 내려갔다.
9개월만이다.
이전에는 일 없는 겨울에 주로 갔었는데
최근 몇 년은 겨울엔 일하느라 묶여 있다보니 겨울 끝나고서야 내려가게 된다.
이번에도 그랬고.
내려간 김에 틈틈이 가까운 곳 탐조해 보기로 했다.
집 가까운 곳이래봐야 정해져 있다.
고산~신도 해안도로, 용수 저수지, 섯알오름 주변, 마라도.
이 중에 마라도까지는 가지 못할 것 같고 나머지 지점들은 잠깐씩 둘러볼 생각이다.
첫 날 어머니와 함께 드라이브 삼아 고산 ~ 신도 해안도로를 잠깐 보는데 겨울새들이 어느정도 빠진 해안가는 조금 한산했다.
흰검, 청둥, 쇠오리, 홍머리오리, 가마우지, 줄무늬노랑발갈매기 정도 보였고 혹시 흑로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찾지 못했다.
작년에 찌르레기,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와 소쩍새가 자리 다툼하던 정수장까지 둘러봤으나 좀 이른 시기인지 특별한 새는 보지 못했다.
내친김에 섯알오름주변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좀 이른 시기여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섯알오름 주변도 좀 한산했다.
큰유리새와 솔새 종류가 보였다.
둘쨋날은 아침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도착하니 9시쯤 되었는데 어제보다 좀 더 늘어난 느낌이다.
큰유리새가 어제보다 늘어났고 그 외 솔딱새류와 황금새가 여럿 보였다.
그리고 나무 위에 직박구리 같은 새가 있어서 쌍안경으로 보니 ‘솔잣새’다.
대박!!
이미 알려진 탐조 지점을 찾아가서 본 적은 있지만 우연히 본 것은 처음이라 너무 놀라웠다.
가까운 나무위에 3~4마리가 앉아 있다가 소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와 물을 먹는 솔자샛들.
전부 확인해보니 최소한 8~10마리는 되어 보였다.
솔잣새 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탐조였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처음엔 큰유리새 암컷인가 했는데 왠지 아닌것 같아 일단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현장에선 도감이 없어서 확인을 못했다.
그러면서도 솔잣새보다 내 관심도는 한 수 아래였다.
그리곤 집에 와서 확인해봤다.
그랬더니 결론은 ‘검은뺨딱새’ 암컷이였다.
아니 이것도 대박인거였네.
나한텐 종추기도 했다.
만나기 쉽지 않은새였는데 내가 너무 소홀하게 대했나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다시 가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는데 어제보다 지빠귀들이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붉은배지빠귀 검은지빠귀, 되지빠귀등 입구에서부터 부산하게 움직인다.
섯알오름에 도착하니 이미 탐조 마치고 가시는 분이 계셨다.
자세히 보니 작년에 두 번 뵈었던 분이셨다.
가볍게 인사 나누곤 그 분은 아침 배 타고 마라도로 들어가신다고 가셨다.
검은뺨딱새를 오늘 다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어렵지 않게 다시 만났다.
가깝지는 않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먹이 활동하는 모습을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어제 가까이 사진 찎은 것은 운이였나보다.
예민한지 가까이 오지는 않고 멀찍이 떨어진채로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쌍안경으로 검은뺨딱새의 특징들을 어느정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 외에 오늘 새롭게 본 것은 ‘진홍가슴’이다.
오자마자 덤불 속에서 나와 모습을 보여준 진홍가슴.
제대로 모습 본 것은 꽤 오랫만이다.
예전 외연도 덤불위로 올라온 이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인것 같다.
반갑다.
하다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탐조가 너무 재미 있어졌다.
별거 없었으면 한 두번 오고 말았을것을 어쩌다보니 매일 가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재미는 딱 거기까지였던것 같다.
그 이후에도 서울 올라오는 날까지 3번정도 더 갔었는데 이후론 별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앞에 이틀이 너무 재미 있었기에 이번 집 근처 탐조는 재미있는 탐조로 기억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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